GGGS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 2023. KAIST GGGS. ALL RIGHT RESERVED.

학술 정보

[손정락의 기후행동] 대전환의 시대, 국가 정책의 방향성 240729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5-07-01 16:54:06

조회수45

빌 게이츠가 존경하는 작가 비츨라프 스밀은 최근 그의 저서 대전환에서 인류가 당면한 5대 과제로 인구 전환, 식량 전환, 에너지 전환, 경제 전환, 그리고 환경 전환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 모든 전환들이 서로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환이다.

 

현재 우리나라 최대 현안은 저출산 문제이다. 1960년대 5.95명이었던 출산율이 20234분기에는 0.65명으로 떨어졌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가적 재앙 수준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정도가 아니라 국가 존망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총리급 전담 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대전환의 일부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서울대학교 김태유 명예교수는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수도권 인구집중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한 청년들의 경쟁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최대 10배나 높으니 자녀를 낳을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 저출산 문제는 당연한 결과라고 역설했다. 역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에너지 공급의 불균형과 연결되어 있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기 소비는 우리나라 전체의 39.2%인 반면, 발전량은 24.3%에 불과하다. 비수도권은 75.3% 생산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60.8%이니 전기가 남아돈다. 비수도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어떻게든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예기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전력 정책은 수도권 수요를 위한 공급 정책이 되어 버렸다. 동해안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동서 횡단 전력 고속도로, 심지어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기마저도 수도권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남북 종단 전력 고속도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당장 수도권에서 필요한 전기를 적기에 공급해야 하니 기 운영 중인 발전소들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송전 계획들은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규 계획들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2030년대 중반 태양광 비중이 전국의 77.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남과 영남을 포함한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수도권으로의 장거리 송전은 비효율적이다.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에 따른 낮은 발전량에도 불구하고 송전선로 용량은 발전 가능한 최대치로 설정해야 때문이다. 그 대안은 수도권 전기 수요를 발전원 인근의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전력공급에 여유가 있는 비수도권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데이터 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서의 데이터 센터 유치는 RE100으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데이터 센터 신청의 63%가 여전히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고 그 이유가 사회적 인프라와 거주 환경이 양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떠한 수요 분산 정책도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1977년 오일쇼크 해결이라는 큰 짐을 지고 집권한 미국 카터 행정부는 위기의 궁극적인 원인 파악에 집중했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 해법을 마련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결과, 석유 예속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대체에너지와 원자력발전 보급에 집중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원자력 정책은 재임 중 터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로 좌초되었고, 대체에너지 정책은 의회와 석유회사들의 반대로 고초를 겪었다. 반면, 후임 레이건 행정부는 단기적인 접근을 택했다. 다양한 외교 역량을 동원해 석유 가격을 안정화 시켜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이러한 긍정적인 기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화석연료에 너무 의존해서 성장했다는 카터 행정부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슐레진저의 탄식을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전기수요 문제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송전망 건설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방법으로 수도권 에너지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이를 집중된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가는 결국 국가 정책의 방향성의 문제이다. 국민은 그저 대전환의 문제를 이해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튼실히 할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그리울 따름이다.